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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허무를 넘어

1. 삶의 의미를 찾아서

들어가며

“인간 존재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나요?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섰습니다.

플라톤은 눈에 보이는 이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이데아’의 세계를 상기시켰고, 인간의 삶이란 그 본질을 회복하려는 여정이라고 믿었습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은 ‘에우다이모니아’(참된 행복)에 있으며, 그것은 덕을 실현하며 사는 삶이라고 보았습니다.

동양에서도 이 질문은 중심 과제였습니다. 장자는 세상 일의 무상함과 인간 판단의 상대성을 강조하며, 인위적 분별에서 벗어난 ‘자연과의 일치’를 말했고, 공자는 관계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살아가는 삶을 통해 도덕적 완성을 추구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며 철학은 더 복잡한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라 부르며, “죽음을 자각하며 살아가는 존재”로서 인간의 본질을 해석했고, 사르트르는 인간은 먼저 존재하고, 그 후에 본질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며 자유와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어떤 실존주의자들은 인간 존재 자체를 ‘부조리’와 ‘무의미’로 정의하며, 삶의 본질은 고통을 견디는 데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렇듯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대와 문화, 철학의 흐름을 가로지르며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반복되고 있습니다. 누구는 관계 속에서, 누구는 자아의 실현에서, 또 어떤 이는 자연과의 조화나 죽음에 대한 인식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방대한 사유의 흐름이 있었음에도, 정작 우리 마음속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성찰은 많아졌고, 이론은 정교해졌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혼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실적으로 우리의 삶의 목적에 대한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직장을 얻고, 가정을 이루고, 기대하던 일들이 성취되었는데도, 마음 어딘가엔 설명할 수 없는 질문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얻어야만 할 것 같고, 동시에 그것이 과연 나를 채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삶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늘 무언가를 향해 움직입니다. 더 나은 자리, 더 친밀한 관계, 더 여유 있는 생활을 꿈꾸며 오늘도 분주하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인생의 본질이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 질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은 시대와 문화를 넘어 반복되어 왔고, 성경의 전도서도 이 질문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먼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불편할 만큼 직설적인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전도서는 철학적 서론이나 배경 설명 없이, 곧장 삶의 핵심을 찌릅니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전도서 1:2–3)

여기서 '헛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헤벨(hebel)'은 단순히 '가치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단어의 원래 의미는 입에서 나오는 '수증기'나 '숨결'에 가깝습니다. 즉, 손으로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잠시 보이다가 사라지며, 그 본질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삶의 '덧없음'과 '신비로움'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낙담이 아니라, 삶의 겉모습을 긍정하면서도 그 이면의 허전함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전도서와 함께 삶의 본질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처음 전도서를 읽었을 때, “모든 것이 헛되다”는 말은 너무도 암울하게 다가왔습니다. 책 전반에 반복되는 ‘헛됨’이라는 표현은 마치 삶 전체를 부정하는 듯했고, 그 무게가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다시 읽으며,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고, 전도서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그 표현이 전하는 의미가 점점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도서는 단순히 절망을 선포하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미처 묻지 못했던 깊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 속에서 삶의 본질과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처음엔 희망이 없는 책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이 세상의 공허함 속에서 참된 소망과 의미를 발견하는 길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전도서의 첫 장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듯, 이 책의 1장 또한 같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이렇게 여섯 개 장에서는 그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통찰을 다루게 됩니다.

특히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서 비롯된 불만족,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삶의 순환, 그리고 시간의 경계를 넘어선 ‘영원’에 대한 갈망은 전도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들입니다. 이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각 장을 따라가다 보면 전체를 꿰뚫는 메시지가 점차 드러날 것입니다.

이 책의 각 장은 서문에서 제기된 질문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깊이 있게 되돌아보는 길을 안내합니다.

제1장 삶의 의미를 찾아서.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를 묻는 삶의 본질적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현대사회가 제시하는 다양한 대답들과 더불어, 전도서와 성경 전체를 통해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함께 성찰합니다.

제2장 인생의 굴레. 반복되는 삶의 패턴과 통제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참된 평안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지 살펴봅니다.

제3장 지혜의 한계.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자유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제4장 부와 성공의 환상. 물질과 성취가 왜 깊은 만족을 주지 못하는지를 살펴보며, 우리가 기대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습니다.

제5장 삶과 죽음. 죽음을 마주하는 통찰을 통해 삶을 더욱 진지하고 충만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를 되새깁니다.

제6장 하나님 안의 안식. 전도서의 결론에 해당하는 이 장에서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명령에 순종하는 삶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는 고백으로 마무리됩니다(전도서 12:13).

전도서는 탄식으로 시작하지만, 금방 그 안에서 희망과 목적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전도서 3:11)

이 말씀은 인간 안에 자리한 깊은 갈망, 곧 시간의 제약을 넘어 영원을 바라보는 마음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이 땅의 일들을 살아가지만, 동시에 그 너머를 꿈꾸는 존재입니다.

전도서는 그 갈망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의 덧없음과 반복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이 책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신뢰와 성찰, 그리고 목적 있는 삶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끕니다.

이 책은 그런 전도서의 여정을 따라가며, 오늘날 우리 삶에 진정한 만족과 지혜가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묻고자 합니다. 전도서의 지혜가 여러분의 걸음마다 등불이 되어, 깊고 단단한 삶으로 인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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